영화〈만약에 우리〉리뷰(스포 있음)
영화 <만약에 우리>는 조용하게 시작해 조용하게 끝나지만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면 한때 사랑했지만 결국 각자의 삶으로 흘러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단순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어떤 관계는 왜 끝내 이어질 수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원작을 알고 본 관객으로서의 솔직한 감정
저는 이 영화의 원작인 <먼 훗날 우리>를 먼저 본 상태였습니다.
<먼 훗날 우리>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감정의 밀도와 여운이 매우 강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우리>를 보게 되었을 때 그 감정선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는 다소 담담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이건 영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원작을 먼저 본 관객이 가질 수밖에 없는 거리감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 영화에 대해 더 긍정적인 평가를 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식으로 풀어낸 청년들의 현실
〈만약에 우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원작의 구조를 가져오되 이야기를 한국 청년들의 현실에 맞게 풀어냈다는 점이었습니다.
꿈을 품고 시작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계속 미뤄지는 선택들, 사랑보다 생계와 책임이 먼저 오는 시기, 그리고 결국 각자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과하지 않게 담겨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 부족해서 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던 시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만들어낸 구조
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만 끝내 함께하지 못합니다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가 사랑했던 시절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한 사람은 이미 가정을 이루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혼자인 상태입니다.
이 구조는 관객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 둘은 분명히 사랑했지만 지금의 삶에서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랑했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이 지점이 두 영화 모두에서 가장 강력한 장면이자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는 감정
완성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여운을 남기는 관계, 선택하지 못한 삶이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감정.
〈만약에 우리〉는 주인공들이 상처를 극복했다거나 과거를 완전히 정리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시절의 사랑이 각자의 삶 안에서 어떤 흔적으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만약에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기 보다는 지나간 관계를 돌아보며 “그때의 우리는 어땠을까”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입니다.
원작을 워낙 좋아하기에 이 영화가 제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잊히지도 않는 영화였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가에는 그때의 마음을 조금씩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전혀 다른 결의 영화였지만, 인상 깊게 남아 기록해 둔 영화로는 <가여운 것들>에 대한 후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