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을 숫자로 관리하지 않게 된 이유
독서 기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숫자를 우선으로 하였습니다.
몇 권을 읽었는지,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 한 달에 몇 권을 목표로 할지 정해두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숫자가 곧 독서의 기준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성취감도 느껴졌고 스스로 꾸준히 읽고 있다는 확인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가 점점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숫자가 기준이 되면서 생긴 변화
독서 기록이 숫자 중심이 되자 책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얇은 책을 먼저 찾게 되었고 읽기 쉬운 책 위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페이지 수가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오늘은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확인하며 책을 넘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을 곱씹기보다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기록이 독서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로 기록하다 보니 기록이 비어 있는 날이 늘어날수록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었고 그 실망감 때문에 책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은 못 읽었으니까 내일 두 배로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독서의 본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도 목표 권수를 채우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돌아보고 다른 시선을 잠시 빌려오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숫자 중심의 기록은 그 목적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숫자는 결과만 보여주고 과정과 감각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독서 기록에서 숫자를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권수 목표를 없애고 페이지 수를 적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남았는지 그날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독서 기록 기준을 바꾸자 독서가 다시 편해졌습니다
기록을 숫자가 아닌 감각 중심으로 바꾸자 독서의 리듬도 달라졌습니다.
책을 며칠 쉬어도 괜히 자책하지 않게 되었고 읽는 속도 역시 자연스럽게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두꺼운 책을 고르는 데도 부담이 줄었습니다.
빨리 읽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기준이 분명해졌습니다.
독서는 다시 선택의 영역이 되었고 의무에서 벗어났습니다.
기록 역시 부담이 아닌 확인의 도구로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읽었나”가 아니라 “어떤 시간이었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독서 기록을 숫자로 관리하지 않게 된 데에는 읽은 책이 실제 비율로 쌓여서 보이는 독서 앱을 꾸준히 사용하게 된 영향도 큽니다.
숫자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숫자로 독서를 관리하는 방식이 모두에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목표가 분명하고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기에는 숫자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그 방식이 오래 맞지 않았고 오히려 독서를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록의 기준을 바꾸는 선택을 했습니다.
독서 기록은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독서를 숫자로 관리하지 않게 된 이후 책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 많이 읽으려는 욕심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독서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독서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도구가 부담이 된다면 기준을 바꾸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지금도 저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다만 몇 권을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읽은 시간이 제게 어떤 흔적으로 남았는지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